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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Stellam Amans Puer 제작 후기 (우주의 이해)

수업노트/기타

by ∫2tdt=t²+c 2013. 5. 8.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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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학기 때, 이석영 교수님의 우주의 이해 수업을 들었는데, 과제 중 하나가 "우주에 관한 내용으로 자유롭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오는것"이었는데, 머리에 핑~하면서 이 과제가 꽂혀서 다른 과목 다 제쳐두고 우이에만 무지막지하게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어쩌다보니 오글거리는 애니메이션 한 편이 완성되었습니다. 제작한 지 1년 반이 넘게 지났지만, 뒤늦게라도 제작후기를 정리해놓으면 좋을거 같아서 열심히 적어봅니다.


1. 발단

처음 목표는 '노래 가사 바꾸기'였어요. 중학생 때의 뻘짓 덕분에 집에 마스터 키보드도 있고, 믹서도 있고, 마이크도 있고, Cubase도 깔려 있었기에, 노래가사 바꿔서 녹음하여 mp3파일을 제출하려고 했습니다.

[마법의 성]을 노가바해서 [마법의 별]로

믿을수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별이란걸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엔
수많은 어려움 뿐이지만
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지요
다시 너를 구하고 말거라고
두손을 모아 기도했죠
수많은 에너지 물질 달라고
소행성대를 지나 카이퍼건너
어둠의 성운 속 멀리 그대가 보여
이제 나의 중력 잡아보아요
우리의 몸이 떠오르는것을 느끼죠
자유롭게 저 은하를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질 우주가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근데 노래만 하기엔 과제로는 너무 부족한 거 같고, 뭔가 추억이 될만한 과제를 제출하고 싶었는지, 저 노래를 활용하여 짧은.. (매우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계획 변경.


2. 줄거리

별과 관련된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찾느라, 이것 저것 소재를 뒤졌지요. '목성의 노래' 같은 감동적인 내용으로 줄거리를 짜보고 싶었는데, 머리의 한계가... 그때까지만 해도 싸이월드가 잘 돌아가던 때라서, 싸이를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2011년 2월 경에 썼던 다이어리가 눈길을 끌었슴다.

옛날에 별이 있었다. 그 별은 물론 은하계에 속한 별이었지만, 은하는 너무 넓고 각자 별들은 바빠서, 그 별은 홀로 외로이 수 많은 행성들을 이끌어야 했다.

내가 그 별에 다가간 것은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행성 속에서 홀로 푸른 빛을 내는 별이 아름다웠고, 힘들게 행성을 이끄는 것을 보고는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서 부탁했다. 블랙홀은 나를 어여삐 여겨 자신의 중력을 거두고 내가 그 별을 향해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해서 그 별과 나는 쌍성을 이루어 함께 행성들을 이끌게 되었다.

그러나 한 태양계에 두 개의 태양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인지 그 별이 떠나겠다고 한다. 자신의 행성들을 잘 부탁한다며 나에게 맡기고 우주 저 먼곳 어디론가 떠나간다. 그 별을 쫓아가고 싶지만 이제 수 많은 행성들과 그 행성 속에사는 무수한 생명들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블랙홀은 또 자비를 베풀어 그 별에게서 중력을 거두어준다. 이제 그 별은 드넓은 우주 저 편으로 영영 날아간다.

실은 이 내용은 세례명이 스텔라(stella, 라틴어로 별)였던 어떤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것이었는데, 오글거리지만 뭔가 잘 활용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 소재를 쓰기로 했습니다.


3. 시간과 능력의 부족

의도고 의욕이고 다 좋은데, 과제 발표까지는 대략 한 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저는 그림도 잘 못그리고 3d렌더링만 깔작대는 수준이라는게 문제였죠. 캐릭터들을 모델링하고, 애니메이팅해서, 렌더링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D애니메이션을 목표로 했습니다.


10월 10일에 2D 애니메이션 테스트를 위해 그려본 이미지

 직접 그려보니 도저히 2D로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2.5D로 전환했습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들을 3D로 렌더하고, 배경 상에 2D로 겹쳐서 표현하는것)

당시 최신 버전이었던 3dsmax2012에는 CAT이라는 애니메이션 툴이 새로이 추가되었는데, 이 툴을 이용하면 쉽게 뼈대 애니메이션 처리가 되었습니다. 이를 이용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렌더링하기로 했습니다.


10월 11일. 3ds2012의 CAT을 이용한 뼈대 애니메이션 뼈대 모습10월 11일. 위 뼈대에 대한 그림자.


그 결과 10월 12일에는 2.5D 애니메이션 테스트 샷이 나왔습니다.

3dsmax로 렌더된 장면들을 After Effect로 합성하여 영상을 뽑아내었는데, 만만치 않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더라구요. 그리고 마침 시험기간이 다가와서 당분간 작업을 쉬었습니다만, 이때 아예 풀3D로 가는게 오히려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4. 3D로의 전환과 GPGPU!

3dsmax2012에서 새로 공개된 기술 중에 Quicksilver Renderer라고 GPU를 활용해 렌더링을 빠르게 해내는 렌더러가 있습니다. 렌더링 스타일 중에 NPR한 렌더 모드가 몇가지가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마치 펜으로 칠한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설픈 모델링도, 긴 렌더링 시간도 날려버릴 수 있을 걸로 보였습니다.


Quicksilver Renderer의 NPR를 이용한 렌더샷


10월 25일 세번째 씬을 제일 먼저 모델링하고 렌더했습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영상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GPU를 활용해 렌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영상의 질도 봐줄만했기에, 3D로 작업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폭풍같은 모델링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어차피 후처리가 들어가 오브젝트의 재질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작업을 빨리빨리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10월 27일. 다섯번째 씬의 렌더샷


3dsmax2012 Quicksilver로 렌더해낸 프레임들을 After Effect에 가져와서 작업했기에, 3dsmax로 표현하기 힘든 효과들은 AE에서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10월30일에는 꽤나 그럴듯한 영상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30초 경에 지나가는 도마뱀이나, 낙엽 날리는 것은 AE에서 합성된 것들이지요. 도마뱀 이동을 표현하기 위해서 모션 트래킹을 이용했습니다.


5.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

작업하다보니 애니메이션의 길이는 계속 길어져가더라구요. 결국 15분 정도에 이르게 되었는데, 우주를 여행하는 장면은 NPR로 렌더링하기 어려울거 같아서, '우주의 끝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의 CG부분을 잘라서 사용하고, 필요한 부분만 소수 렌더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1월 14일. mental ray를 이용해 우주 장면 렌더

행성이 불타는 장면이 필요했는데, 너무나도 렌더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스타2의 모델과 효과들이 떠올라서, 행성이 불타는 장면을 보여주는 스타2 유즈맵을 만들고 영상을 캡춰하여 사용했습니다.



11월 14일. 스타2 유즈맵을 이용한 영상 캡쳐


6. BGM이 필요해!

BGM은 영상 작업이 대부분 끝난 순간부터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단 [마법의 별]은 10월 초에 녹음이 끝나있는 상황이었죠. (원래 처음의 목표였으니) 노래를 썩 잘 부르지 못하기에, Melodyne이라는 튜너를 이용해 피치를 맞췄습니다. 마법의 성 MR은 midi파일을 구해서 만들었구요.

그리고 BGM 3개를 작곡/편곡해서 사용했습니다.

첫번째 곡은 은하철도 999 배경음악이었던 '반짝이는 은하'의 일부분을 편곡하였구요,

오글고글


이렇게 40여일 간의 작업 끝에 나름 귀엽지만 오글거리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여기저기 미흡한 부분이 많은데, 다시하라고 하면 그때 그 열정만큼 나올런지 모르겠네요.


결론: 요즘은 하도 세상이 좋아져서 좋은 컴퓨터와 충분한 잉여력만 있다면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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