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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이야기 62. Z는 제트인가 지인가

언어/어원 이야기

by ∫2tdt=t²+c 2013. 7. 1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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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Z를 소리내어 발음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겁니다. 얘를 '제트'라고 읽어야 하나, '지'라고 읽어야 하나.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긴한데, 영어 관련 수업이나 영문과 수업을 듣고 있거나 외국인이 있다면 "영어 잘못 배운놈" 소리 듣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교수님의 발음을 따라가거나 원어민의 발음에 묻어가려고 해본 사람들 많을 것에요.

근데 왜 많고 많은 알파벳들 중에서 하필이면 Z만 이렇게 말썽을 부리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았습니다.


(알파벳의 역사를 파고 올라가는건 시간이 오래걸리고 글이 장황해질거 같으니까 간단하게 생략하고)


알파벳은 유래가 긴 만큼 이름도 복잡했죠. 아마 그 이름은 셈조어 알파벳으로 추정되는 친구로부터 기원하는 거 같은데, 그 영향을 받은 자손에는 지금 남아있는 그리스어 알파벳(알파 alpha, 베타 beta, 감마 gamma ...), 아랍어 알파벳(알리프 alif, 바 ba, 짐 jim ...), 히브리어 알파벳(알레프 aleph, 벳 beth, 기멜 gimel ...) 등이 있습니다. 딱 봐도 서로 닮았죠? 여기까지만 해도 알파벳 이름은 참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복잡한거 싫어하고 실용적이고 효율적인걸 좋아했던 로마인들은 알파벳을 받아들여서 이름을 아예 갈아치웁니다. 로마인이 받아들였던 알파벳과 그 이름은 다음과 같아요!



알파벳

 이름

 A

 아 [a:]

 B

 베 [be:]

 C

 케 [ce:]

 D

 데 [de:]

 E

 에 [e:]

 F

 에프 [ef]

 G

 게 [ge:]

 H

 하 [ha:]

 I

 이 [i:]

 K

 카 [ka:]

 L

 엘 [el]

 M

 엠 [em]

 N

 엔 [en]

 O

 오 [o:]

 P

 페 [pe:]

 Q

 쿠 [qu:]

 R

 에르 [er]

 S

 에스 [es]

 T

 테 [te:]

 U

 우 [u:]

 X

 엑스 [eks]

 Y

 휘 [hy:], 이 그라이카 (i graeca, 그리스의 i라는 뜻)

 Z

 제타 [ze:ta]


굉장히 규칙적으로 이름을 싹다 바꿨습니다. (마지막에 파랗게 칠한 알파벳 2개는 예외입니다. 그리스어 알파벳을 가져온것이어서요.)

규칙을 굳이 살펴보자면, 모음은 그냥 장모음을 그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했구요, 자음 같은 경우 자음의 음가에 e를 앞에 혹은 뒤에 붙여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음성학적으로 따지면 파열여부를 가려서 e를 앞에 붙이거나 뒤에 붙이거나 한거라고 정리할 수 있지만 머리가 아프니 그냥 모종의 규칙이 있었다고 하죠.) c와 k와 q는 모음이 다르게 붙었는데, 그 이유는 세 소리에 모음을 다 똑같은걸 붙이면 발음이 같아서 구분이 안되기 때문이었죠.

마지막 Y, Z만 빼면 매우 납득할 만한 이름이었기에 이 이름을 널리 사용됩니다. 먼저 고대 프랑스로 전파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고대 프랑스어에서 Z는 zeta에서 어말이 약해진 형태인 제드[ze:d]로 불립니다. 또한 변종이 하나 있었는데, (Z가 알파벳 마지막에 있었기에 얻을수 있던 거죠) et zeta('그리고 제타'라는 의미의 라틴어)의 약화형인 에제드[ezed] 입니다. 알파벳을 외울때 A, B, C, D, E, F, .... X, Y, and Z 라고 외우는 것처럼 로마인들과 고대 프랑스인 역시 and(et)을 Y와 Z사이에 넣었기 때문이죠.


이 Z는 중세 영어로 넘어와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중세 영어에서 Z의 이름 역시 제드[zed] 혹은 에제드[e'zed] 였죠.


중세 영어와 근대 영어 사이에는 격동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대모음추이(Great Vowel Shift)라는 놈인데요, 이 때문에 영어 장모음의 음가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만 제드[zed]에는 장모음이 없었으므로 큰 변화가 없었구요, 에제드[e'zed]가 이제드[ized]로 바뀌는 정도의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제트'라고 배운건 제드[zed]라는 발음을 일본식으로 음차한 ゼット 때문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인 서구 문물, 명칭은 대게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는 어디서 왔을까요?

[zi:]라는 발음법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변화로, 미국에서만 사용되는 일종의 방언입니다.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지만 영국의 17세기 한 방언에서 나타났다는 위키백과의 글이 있네요. (하지만 출처가 없어 진위여부는 알수 없습니다.) [zi:]가 [zed]를 몰아내고 미국에서 우위를 점한 건 두 가지 원인을 짚어볼 수 있겠습니다.

1. 발음이 쉽다. 제드[zed]보다는 어말에 자음이 없는 지[zi:]가 발음하기 편하죠.

2. 다른 자음 이름으로 유추해 볼때 규칙적이다. 다른 영어 알파벳 자음 이름을 살펴보면 [bi:], [si:], [di:], [d3i:] 등등 i: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아마 규칙성을 비교적 더 잘 지키는 것으로 보이는 지[zi:]가 제드[zed]보다 더 많은 선호를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한국에서 '지'보다 '제트'라고 적는 경우가 많은 것은, '지'라고 적으면 이게 G인지 Z인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G는 '지'로, Z는 '제트'로 적는 경향도 있습니다.


세 줄 요약:

제트는 미국 영어를 제외한 영어에서 Z를 부르는 제드[zed]가 일본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 것.

는 영어 방언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최근 미국 등지에서 우세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

그러므로 앞으로 Z를 발음하실 분은 영국스타일이 좋다면 [zed]로, 미국스타일이 좋다면 [zi:]로 발음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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