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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큰 O는 logx야>라는 블로그 제목의 뜻

적분史

by ∫2tdt=t²+c 2017. 3. 1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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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만든지가 10년차가 되어가는데, 생각해보니 블로그 제목을 정하고 그 뜻을 설명해본적이 한 번도 없는듯 합니다. 짧게나마 제목이 이렇게 지어지게 된 경위를 소개하자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 미약하게 컴퓨터를 공부하고 있었고, 또 그와 별개로 <<리만 가설>>[각주:1]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알고리즘 같은걸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할때여서 맨날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서 시간복잡도가 어떻니 하는 얘기가 나와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눈팅만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리만 가설 책 한 부분에서 소수의 갯수와 로그 적분 함수의 오차를 얘기하면서 빅O 노테이션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친절하게 잘 풀어서 설명해준 교양서적 덕분에 고등학생의 머리로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거기서 빅 O 노테이션을 이해하자, 시간 복잡도 문제도 쉽게 이해가 되어서 정말 기뻤던 게 기억에 남는군요. 마침 그때즈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어서 제목을 지어야겠는데, 뭔가 내가 가장 배운 첨단의 것들을 이용해서 제목을 짓고 싶은 지적 허영심(고2병이 또...)이 발동되어서, 그때 이해했던 빅 O 표기법에 알고있던 가장 간지나는 함수이름은 로그를 섞어서 말도 안되는 제목을 지어내게 된 것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별뜻없고 말도 안되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남들이 의미를 물어봐도 침묵으로 답할 뿐이었습니다. 그후 한동안 블로그를 뜸하게 하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닫아뒀던 블로그를 부활시키면서 그 제목의 존폐여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좋은 뜻을 가진 제목으로 새로 교체를 할 것인지, 기존에 있던 제목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둘지 고민하며 그래프를 그리던 중에 log x의 기묘한 성질이 떠올랐습니다.



미분하면 1/x이 됩니다. 이 특징 덕분에 로그함수는 그 값이 커질수록 증가율이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증가를 멈출것 같지만, 멈추지는 않고 영원히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증가합니다. (그래서 로그 함수로 시간복잡도가 나오면 알고리즘 설계자들은 매우 기뻐하지요.)

그러다가 문득 저 자신의 성장을 곡선으로보면 어떤 곡선 같을까 하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노력한만큼 늘 결과가 나오는 선형일지, 노력한 것보다 더 월등한 결과를 보여주는 가파른 상승곡선일지 아니면 혹은 그 반대일지. 불행히도 세상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곳이고, 그 안에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성과가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때도 자주 있을 겁니다. 그럴 경우 성장 곡선은 특정 지점 이후로는 y=c 처럼 상수함수가 되어 더이상 올라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일수록 y=log x처럼 점점 느려지기는 해도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장 곡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생각을 바탕으로 블로그 제목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언젠가는 블로그 제목의 뜻을 설명하는 글을 써야겠다 늘 마음만 먹고 있다가 드디어 행동에 옮기게 되었네요. 지어진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제목이지만, 이제서야 여기에서 의미를 밝힙니다.


x가 커질수록 증가속도가 느려지지만, 그래도 계속 증가하는 log x처럼, 저도 시간이 흘러 그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포기하고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의미에서 제 빅O는 log x라는 뜻의 제목을 지었습니다.

-나의 큰 O는 logx야..


  1. 존 더비셔, 박병철 옮김, 2006, <<리만 가설 - 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 승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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