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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그렇게나 우수한 걸까

언어

by ∫2tdt=t²+c 2012. 10. 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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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한글날이 돌아왔다. 한글날만 되면 온 언론매체에서 한글의 위대함을 찬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중에는 '민족주의 애국심'(흔히 국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도취되어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한글은 말이 아닙니다. 문자입니다.


한글은 세계인도 인정한 우수한 우리말

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여기에는 문자와 언어를 혼동하는 오류가 숨어있습니다. 영어와 알파벳을 구분못하는 오류와 같은것이지요. major of history 는 영어지만, maior historiae는 라틴어입니다. 하지만 둘다 로마자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자와 언어를 혼동하는 오류는 maior historiae가 알파벳으로 쓰여있으니 영어구나 하는 수준의 오류인것이지요. 한글은 충분히 과학적으로 창제된 언어가 맞으나, 그렇다고해서 한글로 표기되는 한국어가 과학적인것은 아닙니다. 언어는 과학/비과학적이라고 우월을 가릴수 없습니다.


자매품으로 '세종대왕이 없었으면 우리는 중국어를 쏼라쏼라하고 다니고 있을거다'도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문자를 창제한것이지, 세종 이전에 우리가 중국어를 쓴건 아니잖아요...


2. 한글은 모든 발음을 적을 수 없습니다.


한글은 표현 못하는 소리가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이는 음소과 음성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가 내재되어있습니다. 한글은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모든 음소를 적을수 있습니다. 음소라고 함은 한 언어내에서 변별적인 자질로 역할할 수 있는 소리의 최소단위를 뜻합니다. 음성은 이런 음소가 실제로 발화되어 나오는 소리를 모두 가리킵니다. 같은 /ㄱ/이라고 해도 유기음으로 소리날수 있고, 무기음으로도 소리날수 있고, 같은 /ㅈ/이라고 해도 조음위치가 달라집니다. 이러한 요인에 따라 나오는 소리 역시 달라지지만, 한국어 화자는 이 모든 소리를 같은 음소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구분해낼수 없습니다.

즉 한글이 한국어의 모든 음소를 적을수 있다고해서 모든 음성을 적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내는 모든 소리를 적을수 있는 방법은 국제음성부호 IPA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2.1. [반박]  한글은 다양한 발음을 적을수 있게 우수하게 창제되었지만, 우리가 운용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될때만 해도 중국어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다. ㆄ, ㅭ, ㅱ, ㆆ 등이 그러한 흔적이다. 사라진 문자를 부활시키고, 병서(둘 이상의 자음을 겹쳐서 다른 발음을 표기하는것)를 이용하면, 한글 무수히 많은 발음을 더 표기할수 있는 우수한 문자가 될 수 있다.

이는 꽤나 괜찮은 반박입니다. 실제로 훈민정음 창제의 목표 중 하나는 중국 한자음의 정리였으므로, 중국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한 수단도 꽤 있었습니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안 쓰일 뿐이지요. 그런데 생각해볼것은 사라진 문자를 '새로 추가'하고 병서를 활용해서 외국어의 발음을 표기할수 있으면 우수한 문자가 되는 것일까요?

새로운 문자를 추가하기에 용이한 문자체계는 알파벳입니다. 새로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새로운 문자를 추가하는것은 어떤 문자체계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한글이라고 딱히 특출난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병서도 한글에서만 특출난 기능이 아닙니다. 로마자 알파벳을 사용하는 많은 국가들은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ch, dh, gh, ph, cx, rh 등 둘 이상의 문자를 합쳐서 다른 발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이미 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는 한글이 우수한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3. 한글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문자...?


한글이 디지털화하기에 유리하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전산화에 유리하다/효율적이다'는 것의 의미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낙 뜬구름 잡는 식으로 많이 쓰이기에...

전산화에 유리하다는 것이 문자 인코딩 방법을 뜻한다면, 한글은 한자에 비해 매우매우 처리가 쉬운 편입니다. '가'부터 '힣'까지 만 여자의 문자가 차례대로 유니코드 범위를 먹고 있어서(몇 만자씩이나 되는 한자보단 낫지요), 나눗셈 몇번만으로 초성 중성 종성 분리를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알파벳의 간결함을 이길수가 없습니다.

전산화에 유리하다는 것이 문자 입력 방법을 뜻한다면, 역시 한글은 한자에 비해 매우매우 입력이 쉽습니다. 2벌식, 3벌식 타자를 이용해서 누구나 쉽게 한글을 입력할 수 있죠. 하지만 한자는... 패망ㄷㄷ. 하지만 이 역시 알파벳의 간결함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4. UN은 세계공용어로 한국어를 지정한 적이 없다, 문자올림픽에서 1등? 풋


이런 뜬소문은 어디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는데, UN이 무슨 권한으로 세계공용어를 지정합니까... 그리고 한국어를 왜...?ㅋ 아무리 한글이 과학적이어서 배우기 쉬워도, 한국어가 배우기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서구인들에게 한국어는 동사활용이 매우매우매우 괴랄해서 쉽게 익히기 어려운 언어에 속합니다. UN에서 공용어로 지정할 이유가 없지요.

문자올림픽(http://www.iao.kr)... 들어가보면 할말을 잃게 만듭니다. 한국의 한 기독교 단체에서 개최하는 대회인거 같은데, 대회의 목적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 애초에 한글을 1등시켜놓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인듯한데... 이런걸로 자위하면 그렇게 행복하답디까?


...

계속해서 신박한 의견들어오면 추가하도록할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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