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에 후배들을 데리고 역사 발전에 관한 세미나를 했었습니다. 그 때 유물사관의 필연적 역사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 쉬운 설명을 찾지 못해 굉장히 어렵게 빙빙 돌려 설명했던게 아직도 선합니다.
유물사관은 역사를 비롯한 인류의 정신적 세계, 사회제도, 사고방식 등(유물사관에서는 이를 "상부구조"라고 부릅니다.)이 경제적 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입니다. 유물사관은 이전까지 관념에 의해서만 역사를 해석하던 방법의 한계를 돌파해내며 세상을 해석하는 또다른 창이 되었는데, 당연히 이 이론에 대한 공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주된 비판은 유물사관이 말하는 역사법칙이라는 것이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 실재한다면 인류 역사는 구조에 의해 필연적으로 변화해가는 것일텐데 그것이 과연 맞는것인지, 인간이 구조에 의해 지배당하는 존재라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떻게 되는것인지(인간의 의지가 역사발전에 반영될수없는것인지)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후배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논의를 이끌어낸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입대한 이후에도 종종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는데, 간결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비유가 떠올라 정리해보았습니다.
달걀입니다! 무정란처럼 보이겠지만, 어미닭이 품으면 잘 자라서 병아리가 될수 있는 수정란입니다! 유물사관에서 말하는 역사 발전 법칙은 이 달걀에 비유해볼게요.
먼저 달걀의 껍질은 상부구조입니다. 그리고 껍질 안에 있는 노른자와 흰자는 하부구조입니다. 달걀 껍질이 안의 내용물을 보호하고 키워내듯, 상부구조는 하부구조를 유지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를 키워냅니다. 껍질이 잘 유지되면서 시간이 흐르면 안에 있던 흰자와 노른자는 서서히 병아리로 자라나게 됩니다. 이처럼 생산력이 발달하면 상부구조 안에서 하부구조도 조금씩 바뀌어나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큰 틀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달걀 껍질 안에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느순간이 되면 병아리는 달걀 껍질을 깨지 않고는 더 자라날수 없는 시기가 옵니다. 그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병아리는 죽게 되지요. 병아리는 부리를 이용해서 스스로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갑니다. 이처럼 생산력이 충분히 발달하게 되면 하부구조는 상부구조의 구속과 충돌하게 되고, 상부구조를 부수고 새로운 상부구조를 만들어내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 필연적이라는 것은 달걀이 따뜻하게 품어진 상태에서 반드시 병아리로 부화한다는 사실을 말한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역사법칙의 필연성이 이것이지요. 오해하면 안될것은 달걀이 필연적으로 병아리가 된다고해서, 병아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건 아닙니다. 병아리는 여전히 달걀 껍질 속에서 자유롭게, 혹은 껍질 밖에서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따라 늦게 혹은 빨리 부화할수도 아니면 죽을수도 있습니다. 즉 역사법칙의 필연성을 가지고 결정론이나 자유의지와 연결시켜 비판하는 것은 역사법칙의 필연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는 쉬운 설명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설명 상에 잘못된 부분이나 문제 있는 부분은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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