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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이야기 61. 파마와 덴뿌라의 공통점!

언어/어원 이야기

by ∫2tdt=t²+c 2013. 4. 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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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퀴즈를 던져봅니다. '파마'와 '덴뿌라'라는 단어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단어가 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찾아낼 것입니다. 파마는 'permanent'라는 영어단어를 일본인들이 줄여부른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고, 덴뿌라는 뭔지 모르겠는데 딱 봐도 일본어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걸로 끝날것이면 어원이야기를 쓸 필요가 없겠죠? 그렇다면 두 단어의 다른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답은 둘다 라틴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와우!

파마는 라틴어 동사 permaneo에서, 덴뿌라는 라틴어 명사 tempora에서 유래한것 입니다. 먼저 파마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다들 아시겠지만, '파마'라고 부르는 기술은 열처리를 이용해 (반)영구적으로 머릿결에 웨이브를 넣는 것을 말하지요. 19세기말 이 기술을 처음 발명하고 도입한 Marcel Grateau는 이 기술을 '영구적인 웨이브'라는 의미에서 permanent wave라고 불렀습니다. 길고 어려운 말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어느시대에나 있죠. 이 기술은 곧 perm이라고 줄여서 불리게 됩니다. 20세기 들어서 기술의 발전으로 perm은 다양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바뀌어 나갔고,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습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으나, 우리 나라에 근대문물을 소개시킨것은 당연히 일본이었죠. 우리나라에 파마 기술을 소개한 것 역시 일본이었고, 이때 일본이 perm을 '파마'라고 부르는 것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파마가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것은 1960년대였죠.

노동집약적 공업으로 근근히 살았던 60년대에는 가발 생산이 중요한 산업 중 하나였습니다. 가발을 만드는데에는 머리카락이 쓰였지요. 인조 머리카락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싸고 좋은건 사람 몸에서 공짜로 나는 진짜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미용사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긴 머리를 가진 여성들의 머리를 잘라 채취하고, '신식 문물인' 파마를 시켜주게 됩니다. 파마해주는 가격보다 머리카락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더 많았으니, 미용사들은 남는 장사를 한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아줌마 파마가 전국에 퍼지게 된것이고, '파마'라는 말 또한 토착화 된것입니다.

아, 얘기가 조금 샌 감이 없잖아 있는데 영단어 permanent는 라틴어 permanens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permanens는 라틴어 동사 permaneo의 분사형태로, permaneo는 '끝까지 머무르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생긴 동사인고 하니

per maneo 로, per통틀어서라는 뜻, maneo머무르다는 뜻입니다.

머무르다는 뜻의 maneo에서 파생된 또 다른 영단어로는 mansion(집) 혹은 remain(남아있다) 등이 있습니다.


자, 그럼 두번째로 덴뿌라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 단어는 원래 시간, 계절을 뜻하는 라틴어 명사 tempus에서 유래된 것입니다.[각주:1] 조금 유래가 복잡한데요, 일본이 포르투갈과 교역하던 16세기로 돌아가야합니다. 알다시피 포루투갈은 가톨릭 국가입니다.

서방교회는 대림절, 사순절, 성 삼위일체 주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근방의 특정 3일에 금육와 단식을 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4개의 날을 Ember days (라틴어로 quattuor anni tempora)라고 부르는데요, 포루투갈인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겠지요.


그런데 때마침 포루투갈인이 교역 때문에 일본에 왔을때가 quattuor anni tempora 였던 것입니다. 고기를 먹을수 없던 포루투갈인들은 생선과 야채를 기름에 튀겨 먹었는데 그것을 본 일본인들을 그게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말이 잘 안통하는지라, "왜 그런것을 먹고 있냐고" 알아듣고 "quattuor anni tempora 때문에 고기를 못먹기에 이것을 먹고 있다"고 포루투갈인들이 대답을 했던거죠. 일본인들은 다른것 못듣고 tempora만 알아들어 자기네들 발음에 맞춰 天麩羅(tempura)라고 받아적었습니다. 그리고 포루투갈인들이 만들어 먹던 튀김요리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채소와 생선 튀김요리를 天麩羅라고 부르게 된것이지요.

한자를 보면 '튀김'이랑 관련된 의미를 지닌 부분이 1%도 없습니다. 이것은 외국어의 발음을 받아적느라 비슷한 한자를 썼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라틴어 permaneo > 영어 permanent > 일본어 パ―マ > 파마

라틴어 tempus, tempora > 포루투갈어 tempero > 일본어 天麩羅 > 덴뿌라


둘다 라틴어 단어가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짠


  1. 이 부분은 요안님의 '라틴어 광장' (http://blog.naver.com/joannes4u/50163972207)을 참조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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